아라비아반도 남서단 예멘과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에리트레아 사이를 가로지르는 좁은 물길이 있습니다. 아랍어로 '눈물의 문'이라는 섬뜩한 뜻을 가진 바브엘만데브 해협(Bab-el-Mandeb Strait)입니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불과 26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인도양)을 연결하는 길목입니다. 즉,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는 모든 배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남쪽 관문입니다. 수에즈 운하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이곳은 21세기 들어 해적, 내전, 그리고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등으로 세계 물류 대란을 유발하는 지구상 가장 위험한 수로가 되었습니다.
1. '눈물의 문'이라 불린 역사적 배경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로부터 험준한 암초와 예측하기 힘든 난류, 강풍 때문에 수많은 배들이 좌초되었던 항해의 난장이었습니다. 고대 아랍 상인들은 이 해협을 건너다 목숨을 잃은 선원들의 통곡에서 착안해 '눈물의 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대 상업로의 관문: 향신료와 금, 노예를 싣고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를 오가던 고대 상인들의 핵심 교역로였습니다.
열강의 침탈과 영국의 카란(Perim) 섬 점령: 19세기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영국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중앙에 위치한 페림 섬을 전격 점령하고 요새화하여 홍해 입구를 통제했습니다.
2. 소말리아 해적과 아덴만의 위기
세계 물류의 위협: 소말리아의 정세 불안과 무정부 상태를 틈타 창궐한 해적들은 해협을 지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컨테이너선을 무차별 나포해 막대한 ransom(몸값)을 요구했습니다.
국제 해군 다국적 연합군(CTF-151) 결성: 한국의 청해부대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 해군이 이 해협으로 진출하여 연합 해상 순찰 작전을 벌였고, 해적 위험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3. 예멘 내전과 후티 반군의 홍해 물류 공격 (2023~2026)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멘 내전과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다시 한번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지역으로 부상했습니다.
후티 반군의 상선 무차별 공격: 예멘의 친이시리아 친이란 무장조직인 후티(Houthi) 반군은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들을 향해 드론과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기습 점령을 시도했습니다.
수에즈 운하 우회와 물류비 폭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안전을 위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 이용을 포기하고, 과거 대항해시대처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이 약 10~14일 늘어나고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동이 발생했습니다.
번개 파수꾼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연합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상선 통항을 보호하기 위해 해상 인터셉트 및 후티 반군 거점 타격 작전을 펼쳤습니다.
4. 강대국들의 군사기지 각축장이 된 지부티
바브엘만데브 해협 서쪽 연안에 위치한 소국 지부티(Djibouti)는 해협의 안보적 가치 덕분에 강대국 군사기지의 집결지가 되었습니다.
미·중·일·프의 기지 공존: 미군의 아프리카 유일의 정식 기지인 '캠프 레모니에'를 비롯해 프랑스군, 일본 자위대 기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 중국 역시 2017년 지부티에 최초의 해외 보급기지를 건설하여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일대일로(一帶一路) 수호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5. 생각해 볼 점: 지정학적 급변점과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잔혹사는 "아무리 첨단화된 현대 물류 체계라 할지라도, 대안이 부족한 좁은 해협 하나가 무너지면 전 세계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취약성을 가감 없이 증명합니다.
📌 3줄 핵심 요약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며 수에즈 운하로 진입하는 필수 남쪽 관문입니다.
2000년대 소말리아 해적 문제에 이어,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글로벌 물류 대란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지부티 등 연안 지역은 미·중 등 강대국들의 군사기지가 밀집한 지정학적 군사 요충지입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9편에서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르며 영국과 스페인 간 영유권 대립의 중심이 되어온 '지브롤터 해협: 지중해의 관문과 영국·스페인 백년 주권 대립'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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