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12편에서는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어떻게 독재 정권들을 뒤흔들었는지, 그리고 시리아에서 평화 시위가 끔찍한 대리전 양상의 내전으로 변질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두 나라가 동시에 극심한 무정부 상태와 종파 갈등의 수렁에 빠지자, 이 거대한 권력의 공백을 틈타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조직화된 극단주의 테러 집단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오늘 13편에서는 과거의 알카에다와 달리 실제 영토를 지배하며 국가 행세를 했던 IS의 등장 배경과 자금줄, 이들의 광기 어린 테러 행태, 그리고 국제사회의 격퇴 작전으로 점령지를 상실하기까지의 전말을 심층 분석합니다.
1. 알카에다에서 '영토를 가진 테러 국가'로: IS의 탄생
IS의 뿌리는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 만들어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올라갑니다. 침공 이후 이라크 군대가 해산되고 순니파가 권력에서 소외되자, 이에 반발한 순니파 무장 세력과 과거 사담 후세인의 군사 장교들이 합세하면서 조직의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조직은 2010년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의 기회: 2011년 시리아 내전이 폭발하자 알 바그다디는 대원들을 시리아로 보내 세력을 확장했고, 국경선이 흐려진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 지역을 정복해 나갔습니다.
모술 함락과 칼리프 국가 선포: 2014년 6월, 불과 2,000여 명의 IS 대원들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기습 공격하여 이라크 정규군을 쫓아내고 도시를 점령했습니다.
모술의 알누리 모스크에 나타난 알 바그다디는 스스로를 전 세계 무슬림의 최고 지도자인 '칼리프'로 선포하고 '이슬람국가(IS)'의 출범을 공식화했습니다.
기존의 알카에다가 은신처에 숨어 게릴라 테러를 벌이는 형태였다면,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영국 크기에 달하는 영토)을 직접 지배하며 주민들에게 세금을 걷고 법을 집행하는 '비국가 테러 영토 국가'의 형태를 띠었습니다.
2. 잔혹함의 브랜드화와 디지탈 프로파간다
IS가 전 세계에 가져다준 공포는 과거의 어떤 테러 단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잔혹했습니다.
잔혹한 범죄의 영상화: 서방 인질들의 참수 영상, 주황색 죄수복을 입힌 포로들의 화형 장면 등을 HD 고화질 영상으로 제작하여 인턴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외세와 적대 세력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한 치밀한 심리전이었습니다.
외국인 의용군(FTF) 모집:
인터넷 선전전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4만 명이 넘는 자발적 극단주의자들을 시리아와 이라크 전장으로 유인했습니다. 소수 민족 학살과 인권 탄압: 이라크 북부의 소수 민족인 야지디 족을 상대로 대규모 학살을 저지르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매매하는 등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3. 기업화된 테러 조직: IS의 막강한 자금줄
IS가 수년간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고 점령지를 통제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기존 테러 단체와 차원이 다른 막대한 경제적 자금원이 있었습니다.
석유 암시장 밀매: 점령지 내 이라크와 시리아의 유전을 수중에 넣고 일일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원유를 암시장에 팔아치웠습니다.
강탈과 과세: 점령지 주민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호비' 명목의 세금을 거두고, 은행을 털어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문화재 약탈 판매: 인류 역사 유적인 팔미라 등을 파괴하면서 가치 있는 고대 유물들을 해외 밀매업자들에게 팔아 거액의 자금을 챙겼습니다.
4. 국제사회의 공조와 영토적 IS의 소멸
IS의 폭주와 파리 테러(2015년) 등 전 세계를 향한 외로운 늑대 테러가 이어지자, 국제사회는 비로소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80여 개국 다국적 연합군이 결성되어 공습을 시작했고, 지상에서는 이라크 정규군, 쿠르드 민병대(SDF),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참혹한 시가전을 펼쳤습니다.
2017년 7월:
IS의 핵심 거점이었던 이라크 모술이 탈환되었습니다. 2017년 10월:
IS가 수도로 삼았던 시리아 라카가 파괴되며 거점이 와해되었습니다. 2019년 3월:
시리아 동부의 마지막 보루였던 바구즈(Baghuz) 마을이 함락되면서, IS가 점령했던 지상 영토는 공식적으로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2019년 10월: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 중 자폭하여 사망했습니다.
5. 역사의 이면: 영토는 사라졌지만 씨앗은 남아있다
IS 격퇴전을 돌아볼 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IS의 영토적 해체 이후 대원들은 사막 지대로 숨어들거나 조직을 점조직 형태의 지부(아프가니스탄의 IS-K, 아프리카 지부 등)로 전환하여 여전히 테러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둘째, IS가 탄생할 수 있었던 뿌리인 '이슬람 순니파 주민들의 박탈감'과 '이라크·시리아의 국정 파탄'이라는 근본적 원인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결국 IS의 부상과 소멸은 독재와 외세의 개입이 만들어낸 무정부 상태가 비국가 테러 집단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키워내는지를 증명한 현대 중동사의 잔혹한 페이지였습니다.
📌 3줄 핵심 요약
IS는 이라크·시리아의 무정부 상태와 종파 갈등을 틈타 부상했으며, 과거 테러 단체와 달리 막대한 석유 자금과 영토를 지배하는 '테러 국가' 형태를 띴습니다.
SNS를 활용한 정교한 공포 프로파간도로 전 세계에서 대원을 모으고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국제 연합군과 현지 부대의 공조로 2019년 지상 영토를 완벽히 상실했습니다.
영토적 제국은 소멸했으나 점조직 형태의 지부와 극단주의의 사회적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어, 정치적 안정과 포용적 사회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14편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뒤로하고 시작된 중동의 새로운 외교적 지각변동, ‘아브라함 협정과 사우디-이란 관계 복원: 2020년대 동맹 재편’을 다룹니다.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사상 첫 복교, 그리고 중국의 중재로 이뤄진 사우디-이란의 관계 개선 전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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